보고서 Ⅱ

⟨김학의 보고서⟩는 1249쪽에 달합니다. ⟨김학의 보고서⟩에는 2013년 경찰과 검찰의 수사 기록이 많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과거사 진상조사단 8팀 위원들의 평가를 중심으로 ⟨김학의 보고서⟩ 일부를 공개합니다. 2차 가해나 명예훼손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사IN⟩ 자문 변호사 검토를 거친 뒤 발췌한 내용입니다.


2013년 1차 수사 당시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최우영)가 지휘를 했습니다. 경찰이 사건을 넘긴 뒤에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윤재필)에 배당됩니다. 검찰의 수사 지휘 검토는 특수3부 지휘에 대한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평가입니다. 당시 경찰 수사를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김학의라는 검찰 고위직이 포함된 사건이었습니다. 검사가 수사 대상이면 그동안 검찰이 영장을 내준 적이 없습니다. 윤중천에 대한 통신이나 계좌추적 영장도 받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 출국금지를 검찰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2013년 1차 수사 때 경찰이 왜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김학의 출국금지도 반려되는데,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요?”

3) 검찰의 수사지휘 검토

(라) 경찰수사에 대한 부적절한 수사지휘가 있었는지 여부
⑧ 2013. 6. 19.자 김학의에 대한 체포영장 신청 기각

○ 검사(수사지휘검사 최우영)는 경찰이 2013. 6. 18. 김학의에 대하여 신청한 체포영장을 2013. 6. 19. 혐의소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고, 김학의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요구에 불응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각하였음

○ 경찰이 신청한 김학의에 대한 피의사실은, ① 김학의, 윤중천의 2007. 4.~5.경 ㄹ에 대한 합동강간, ② 김학의, 윤중천의 2008. 3. 말경 ㄷ에 대한 합동강간, ③ 김학의, 윤중천의 2008. 1.~2.경 ㄴ에 대한 카메라등이용촬영의 점이었는데, 상술한 바와 같이 이에 대한 증거는 각 여성들의 진술이 주요한데, 이들은 윤중천과 스폰관계로 만난 것으로 보이고, 이후 성관계 및 성접대에 금전적 이익이 결부되었으며, 상당 부분의 진술이 허위이거나 과장된 것으로 보여 그 진술을 믿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허위신고라고 볼만한 정황이 상당함

○ 경찰은 여성들의 진술을 만연히 취신한 채, 여성들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증거의 확보(여성들이 당시 사용한 핸드폰 분석, 일기장, 메모 등의 확보 등)를 위한 수사를 일체 하지 않았고, 성폭행에 관한 여성들의 진술의 상당 부분 믿기 어렵다면 성접대, 즉 부패범죄로의 수사도 동시에 이뤄졌어야 했으나 이를 위한 관련 기록검토 및 객관적 증거확보 시도(최OO이 박OO 명의로 제공한 김학의의 차명 핸드폰 확보, 김학의가 소지하고 있는 핸드폰 확보, 김학의의 계좌 및 통신사실 확인 등)를 하지 않은 채 김학의에 대하여 체포영장을 신청하였음

○ 체포영장의 신청에 있어 혐의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을 지적하여 기각한 점은 합당하다고 판단되나, ‘체포영장의 요건이 구비되었음을 명확하게 소명한 후 체포영장을 재신청할 것을 지휘함’이라고 형식적인 수사지휘를 할 것이 아니라 여성의 진술의 신빙성이 없음을 이유로 이를 보강할 만한 객관적 증거 확보와 김학의를 상대로 객관적 증거확보를 위한 강제수사를 지휘했음 하는 아쉬움이 있음

○ 김학의는 2013. 5. 22.(2013. 5. 29.에 출석요구)부터 2013. 6. 10.(2013. 6. 14.에 출석요구)까지 약 20일의 기간 동안 4회의 출석요구를 받았고, 김학의는 2013. 5. 19.자 맹장수술로 인한 입원치료, 2013. 6. 10.자 신경과 입원 등 병원치료와 심신상태 불안정을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였음

○ 혐의소명이 되지 않았다고 본 이상 논리적으로는 출석불응에 관하여는 굳이 논할 필요가 없으나 검사가 이에 대하여 판단하였으므로 이 부분을 살펴보면, 김학의가 2013. 5. 19. 맹장수술을 하였으므로 의사의 진단과 같이 약 20일간의 안정가료가 필요하다고 보이나, 2013. 6. 10. 불상의 이유로 재입원하여 이후 출석요구에 불응한 것은 수사에 협조하지 않기 위한 행동으로 충분히 의심스럽다고 할 것임

○ 그러나 혐의가 명확히 소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 방문조사를 희망하고 있으므로 이를 고려하여 영장을 기각한 수사지휘검사의 판단은 비교적 합당했다고 사료됨

(마) 경찰수사에 대한 비협조가 있었는지 여부

○ 최OO과 그 직원 박OO은 ‘010-4***-1***, 010-9***-3***’ 번호에 관하여 김학의에게 제공한 차명핸드폰의 전화번호라고 진술하였고, 특히 최OO은 이 번호에 관하여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피의자 박태규와 관련하여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함에 따라 경찰은 최OO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관련 기록에서 이 번호 관련 통화내역을 열람할 것을 검찰에 협조 의뢰하였음

○ 조사단에서 확인한 결과, 경찰의 의뢰한 위 번호가 포함된 통화내역이 이른바 ‘부산저축은행 사건 기록’에서 확인되었으나, 검찰은 해당 번호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이 없었다는 이유로 통화내역 통부를 거부하였음

○ 위 해당 번호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나, 위 해당번호가 포함된 통신사실확인자료는 기록상 확인되는 점에서 검찰은 사실상 경찰의 수사 협조를 거부하였다고 볼 수 있음

2) 김학의의 성접대 수수 혐의

가) 김학의의 차명전화 관련
(1) 객관적 증거

○ 김학의 관련 전화번호(차명폰 번호 포함)

  • 011-1***-6***(가입기간 2003. 8. 22.~2008. 5. 8)은 김학의가 강간을 한 이후 ㄷ에게 준 번호라고 ㄷ이 진술함
  • 010-4***-1***(가입기간 2008. 4. 30.~2010. 5. 4.)은 윤OO이 2008~2009년 여름경 윤중천으로부터 ‘김학의 동영상’을 받아 해당 영상 캡처사진을 김학의에게 전송할 때 받은 김학의의 번호로, 윤OO의 핸드폰에 김학의의 번호로 저장되어 있음

○ 윤OO이 임의제출한 실사용 중인 아이폰의 전화번호부에서 김학의의 차명 전화번호가 저장된 사실이 확인되었음

(2) 차명전화 관련 진술

○ 최OO은 2013. 4. 8.자 자필 진술서에서, 예전부터 친구로 지냈던 김학의의 부탁을 받고 직원 박OO으로 하여금 핸드폰을 개통하게 한 후 김학의에게 차명폰으로 제공하고 김학의가 사용한 차명폰의 전화요금을 납부해주었다고 진술

○ 최OO은 011-1***-6***, 010-4***-1*** 번호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박OO 명의로 개통하여 김학의에게 제공한 차명폰의 번호이고, 위 차명폰 번호와 관련하여 대검 중수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 박태규에 관하여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

○ 박OO도 경찰조사에서 최OO과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음

나) 관련자 진술

○ 지OO은 2013. 3. 22.자 경찰조사에서, 윤중천이 ‘검찰의 지청장’이라는 자가 2009년경 텔레비전에 나온 것을 보고 ‘지저분하게 놀던 자’라고 언급하여 윤중천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았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고 진술

○ 지OO은 ㄱ와의 대화 등에서 윤중천의 말에 의하면 ‘검찰의 지청장’이라는 자는 후에 ‘검사장’이 되었다고 말한 점 등을 볼 때 이는 충주치정장으로 재임하고 이후 검사장이 되었던 김학의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임

○ 지OO은 2013. 8. 19.자 검찰조사에서도, 윤중천이 과거 지청장이었는데 현재는 고검장이 된 공무원의 성관계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

○ ㄱ는 2013. 3. 23.자 경찰조사에서, 윤중천이 자신과 내연관계로 지낸 동안인 2012. 3.~4.경 김OO의 횡령 사건과 관련하여 광주고검장인 김학의에게 전화하여 청탁하고자 하였으나 김학의가 냉대하여 혼자 화를 낸 적이 있었고, 정OO에게 1,000만원을 주고 검찰에 사건을 청탁하고자 하였으나 사건해결이 되지 않아 정OO을 고소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

○ ㄱ의 진술로도 김OO 사건에 관하여는 김학의가 청탁을 거절했음을 알 수 있으나, 이는 윤중천이 김학의에게 ‘김학의 동영상’의 캡처 사진을 보내고 이에 따라 김학의와 관계가 끊긴 시점으로, 윤중천이 김학의와 형, 동생 하면서 성접대를 하면서 지냈을 때에는, 이와 같은 윤중천의 행태에 비추어봤을 때 윤중천이 김학의에게 성접대를 제공하고 사건을 청탁했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볼 수 있음

○ 여주터미널에서 원주별장까지 윤중천의 손님들을 단골로 실어날았던 택시기사는 2013. 3. 29.자 경찰조사에서, 「두 번인가 강남의 OO아파트에 거주하는 사장님을 야간에 별장에서 아파트까지 10만원을 받고 태워준 일이 있다」고 진술하여 당시 OO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던 김학의가 원주별장에 출입하였음을 추정케 함

○ 2006. 10. 초순경부터 2007. 12.경까지 윤중천의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던 박OO는 2013. 4. 5.자 경찰조사에서, 김학의는 자신이 운전기사로 근무하기 전부터 윤중천과 호형호제하던 사이(윤중천이 김학의를 ‘학의형’으로 호칭)로 수시로 통화를 하고 1주에 1회 단 둘이 만나 식사를 하는 각별한 사이었고, 김학의는 윤중천이 원주별장에 없을 때도 홀로 내려올 때도 있었고 원주별장에 내려올 때마다 서울에서 여자가 내려와 같이 밤을 보냈다고 진술

○ 박OO는, 윤중천의 주요 로비대상은 김학의를 비롯하여 박OO, 유OO, 손OO, 문OO, 이OO, 박OO, 유OO, 김OO 등이었는데, (별장 인근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나면 별장에서 저녁식사 후 서울에서 여성들을 불러 1박을 하면서 유흥을 즐겼다고 진술

○ 박OO는, 당시 윤중천에게 형사사건이 몇 건 있었는데 김학의에게 많이 의존하면서 사건 청탁을 부탁을 하고는 하였고 그러한 이유로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 김학의에게 공을 많이 들였으며, 특히 2007년경 ‘한방천하’ 건물 분양과정에서의 형사사건, 목동 재개발 관련 폭행사건 등에 관하여 김학의와 상담 및 청탁을 하였다는 취지로 진술(박OO는 2013. 4. 9.자 경찰조사에서도 같은 취지로 확인)

○ 박OO는, 윤중천이 서울에서 김학의를 만날 때면 거의 언제나 ㄴ을 동석시켜 셋이 같이 저녁을 먹고 추가로 유흥을 즐기거나 한 후 김학의와 ㄴ을 ㄴ의 집에 내려다 주었고, 김학의는 10회 이상 원주별장에 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윤중천이 김학의만을 원주별장에 단독으로 초대하였을 때는 ㄴ이나 다른 젊은 20대 초반 여성들로 하여금 유흥을 즐기고 숙박하게 하였고, 여성들은 보통 다음날 아침식사를 하고 콜택시를 불러 택시비를 결제하여 서울로 보냈다고 진술

○ 박OO는, 김학의를 거주지인 압구정동 OO아파트에 2번 정도 데려다 준 적이 있는데, 1번은 윤중천의 지시를 받고 ㄴ의 집에 있는 김학의를 OO아파트까지 데려다 준 적도 있다고 진술

○ 박OO는 2013. 4. 9.자 경찰조사에서, 윤중천이 ‘OO복집’에서 김학의를 자주 접대했고, ㄴ의 집에서 가까운 술집에서 김학의와 식사 후 2차 회식을 즐긴 후 김학의와 ㄴ은 ㄴ의 집으로 갔다고 진술. 박OO는 윤중천이 김학의 등을 접대한 식당들, 김학의의 집 위치, 윤중천이 김학의를 접대하였고 이에 ㄴ과 젊은 여성들이 동원된 점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진술하고 그 진술인 매우 자연스러워 신빙성이 높다고 사료됨

○ 김OO을 사기로 고소하였던 정OO은 2013. 4. 14.자 경찰조사에서, 윤중천이 “검사들 빽이 있다.”라고 말을 한 적이 있고, 2006년 여름 무렵 원주별장에서 인근에 있는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오는 윤중천과 김학의를 보았다고 진술

다) 여성들 진술

○ ㄴ은 2013. 3. 29.자 경찰조사에서, 윤중천은 김학의에게 자신을 이용하여 수시로 성접대를 하였는데 윤중천이 시행한 ‘한방천하건물’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비롯한 각종 형사사건을 상의하였고, 김학의는 이를 잘 해결해주겠다는 취지로 대답하는 것을 목격하였으며 윤중천의 부탁을 받은 김학의가 잘 해결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

라) 윤중천의 다이어리 기재 내용

○ 2013. 3. 31. 원주별장에서 압수된 윤중천의 다이어리에는 김학의와 관련된 저녁식사, 골프약속 등의 스케쥴이 윤중천의 자필로 기재되어 있음

○ 윤중천은 다이어리에 김학의를 ‘학의형’으로 기재함

마) 윤중천의 통화내역 중 김학의 관련 부분

○ 윤중천은 2012. 4. 5. 광주지검장실에 1회 전화하여 1분 27초간 통화 후, 바로 광주고검장실(당시 고검장 김학의)에 1회 전화하여 43초간 통화한 것으로 확인

바) 윤중천의 진술

○ 윤중천은 경찰조사에서 김학의와의 관계를 일체 부인하였음

○ 그러나 윤중천은 2013. 7. 27.자 검찰조사에서, 2005년경부터 김학의를 알고 있고 김학의와 형동생하면서 알고 지낸 것은 맞지만 원주별장에는 온 적이 없고, ㄴ에게 역삼동에 집을 마련해 주고 약 1~2월이 경과한 2006. 11.~12.경 ㄴ의 아버지에게 송사가 있어 ㄴ에게 김학의를 변호사라고 하고 소개해준 적이 있고 김학의에게는 ‘한번 잘 해보라’라고 말한 사실이 있지만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진술

○ 윤중천의 진술 중에 적어도 윤중천이 김학의와 알고지낸 사실을 인정한 점, 김학의와 ㄴ이 만난 사실이 있고 성적인 관계가 있었음을 암시한 점을 알 수 있음

이 사건에서 제일 중요한 건 김학의라는 고위 검찰 간부가 여러 차례 걸쳐서 성매매•성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2013년 1차 수사 때부터 인정됩니다. ‘김학의 동영상’ 이런 걸 떠나서, 성접대 사실이 관련자 진술로 명백히 인정됩니다. 고위 검찰 간부(김학의)가 사업가(윤중천)에게 성접대를 받았다? 당연히 수사 검사라면 뇌물 혐의를 의심해야 합니다. 경찰이 송치한 성폭행 혐의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았다고 사건을 끝낼 게 아니라, 성접대 뇌물 혐의를 집중적으로 수사해 파고 들었어야했습니다.

- ⟨김학의 보고서⟩를 검토한 검사 출신 변호사

성접대가 뇌물이라는 판례는 엄청 많습니다. 법 공부할 때 시험 문제로 자주 나왔습니다. 뇌물(賂物)이라는 단어에 ‘물’자가 물건(物件)의 ‘물’자라서, 성접대가 왜 물건이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성접대는 향응으로 뇌물에 포함됩니다.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고소•고발이 들어오거나, 범죄를 인지했을 때 합니다. 성폭행 혐의 고소로 수사가 시작되었어도, 직무 관련 범죄로 인지해야할 상황이 굉장히 많습니다. 과거 길거리에서 음란 행위를 했던 검사장 사건은, 성범죄라도 직무 관련성이 없습니다. 그런데 ‘김학의 사건’은 김학의 뿐 아니라 심지어 윤중천 별장을 간 것으로 의심되는 검사가 윤중천 사건 결재 라인에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직무 관련성을 의심해 뇌물 혐의 수사를 해야합니다.

- ⟨김학의 보고서⟩를 검토한 재심 사건 변호사

수사에서 제일 중요한 게 압수수색입니다. 검사도 압수수색을 하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뭐가 나올지 모릅니다. 기록이나 메모 한 장, 한 줄에서 나온 증거를 물고 늘어져서 기소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이러한 압수수색이 가장 필요한 범죄가 뇌물 사건입니다. 성폭행 혐의로만 수사하니 압수수색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훨씬 떨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만 특정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뇌물 혐의로 수사했으면 당연히 전방위적으로 광범위하게 압수수색을 해야합니다. 계좌 추적도 해야 하고, 통신 관련 압수수색도 해야 합니다. ⟨김학의 보고서⟩를 보면서 내가 수사 검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당연히 뇌물 혐의로 수사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직 검사 신분으로 검찰 조직을 겨누는 뇌물 혐의 수사를 할 수 있었을까요? 자신이 없더라구요. 2013년 수사 검사도 사건의 성격상(박근혜 정부 초기 고위 검찰 간부가 연루된 사건) 운신의 폭이 굉장히 좁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사건은 청와대까지 일일 보고됩니다. 내가 검찰에 있을 때 ‘김학의 사건’보다는 세간의 주목을 덜 받은 사건을 처리한 적이 있습니다. 대기업이 연루된 사건이었는데 아침저녁으로 매일 위에 보고했습니다. 조사 내용을 진짜 하나하나 전부다 보고했습니다. ‘김학의 사건’은 내 경험상 수사 방향도 정해진다고 봐야 합니다. 수사 검사는 그 틀 안에서 수사했을 것입니다. 개인의 소신을 펴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 ⟨김학의 보고서⟩를 검토한 검사 출신 변호사

글: 고제규 김은지
구성 디자인: 안희태
인포그래픽: 최예린